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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dentical Times

<42.195>는 마라톤 경기에 참가하여 42.195km를 완주하거나, ‘walking measure'를 통해 일상의 움직임가운데 42.195km를 기록한다. <Air parcel>은 어디론가 흘러가는(흘러간) 공기의 흐름을 기록한다. <향연:symposion>은 달이 뜨는 시간부터 달이 지는 시간까지(2007년 밤 11시 5분부터 12월 30일 오전 11시 20분까지) 만 30세 6명의 남녀가 나눈 사랑에 대한 대화를 기록한다. <Identical Times>는 24시간의 시간과 장소를 관찰하여 만든 24개의 리포트와 서머타임과 관련된 비슷하면서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기록한다.
구민자의 작업은 무언가를 ‘기록’함으로 완성된다. 그렇다고 ‘기록’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. 구민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의 끝 지점을 어떻게 상정하는가이다. 왜냐하면, 그에게 기록은 행위의 마침이 아니라 행위와 상관없는 우연적 요소에 의한 일시중지이기 때문이다. <향연>의 마지막은 ‘이제 일어날까’이다. 12시간 가까이 나눈 사랑의 이야기가 끝이 났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, 아무런 상관없는 달이 지고 있기 때문이다. <42.195>에서 ‘walking measure'로 거리를 측정하고 있는 행위 역시 지속될 수 있는 것이지만, 일정한 거리에 도달했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.

연속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임의로 분절하는 것은 일 년을 365일(혹은 366일)로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24시간을 다시 분으로, 또 다시 초로 나누는 것과 동일하다.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 규범으로 인지된다는 정도이다. 체계를 분절하여 규격화하는 기저에는 불필요한 것을 삭제하여 얻게 되는 편리함이 있다. 그리하여 모든 것을 명확하게 보이도록 한다. 그러나 이 분절은 실상 그 곳에 내재되어있는 미묘한 차이와 그것의 모호함을 차단하여 일관된 틀로 통합한다. 연속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, 그 이면에는 연속을 가장한 분절이 자리한다. 이렇듯 쉽게 분절되는 체계에서 우리는 연속성이라는 불합리함(?)을 만끽하며 살아간다.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분절되면서 사라진 것은 무엇이고, 우리의 연속성이 담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이다.
이상에서 알 수 있듯, 구민자의 작업은 누군가가 임의로 규정한 틀을 자신의 신체(말을 포함한)를 통해 새로운 규범으로 만들어 자신의 일상을 재맥락화한다. 구민자의 전시는 이 분절의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다층적 말들의 집합이다. <향연>은 6명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. 이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제한된 요건은 ‘나이’이다. 즉 동일한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이다. 그러나 이것은 일 년을 체계로 보았을 때 이야기다. 실상, 이들은 사회에서 동일한 분류로 구분되고 있지만, 그래서 비슷한 경험과 비슷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, 이들이 살아온 생에는 합일할 수 없는 지점들이 놓여있다. 1년을 365로 분절했을 때, 이들의 생은 결코 동일하지 않은 상이한 사람들이다. 단지 나이가 같을 뿐이다. <42.195>에서는 같은 거리를 작가가 이동한다. 마라톤 대회이고, 하나는 작가의 일상이다. 상이한 목적을 가진 이동은 동일한 거리라는 체계에서 의미를 획득한다. 그러나 동일한 거리의 시간은 그 목적(혹은 수단)에 따라 17시간이 걸리거나 8일이 걸리기도 한다.
<Identical times>는 시간과 방위를 결합하여 장소를 정하고 그 시간에 해당 장소의 상태를 관찰하여 기록한 것이다. 여기서 시간은 하루를 균일하게 분절하는 규칙이 아니라, 방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전이된다. 아무런 의미 없는 두 조항이 필연적으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형성한다. <Air parcel>에서 발생된 실제 공기는 현재 어디에 있을까? 그것은 구민자가 제시한 흐름을 따라 흘러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. 그것은 구민자의 말처럼 “바람을 타고 계속 퍼져나가 지구 어딘가에 머무르거나 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.”

글 이대범 / 미술평론가



Identical times (2008,2009)

글, OHP설치, 드로잉
이 작업은 Daylight Saving Time이라는 제도가 생소한 외국인으로서 유럽에서 겪은 경험과 시간에 대한 감각에 기인한다.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24개의 시간, 동일한 길이로 나뉘어진 시간에 대한 보고서인 이 작업은, ‘시계탑이 있는 광장’과 ‘제로 포인트’라는 도시의 설정된 지점이 갖는 상징적 의미도 염두에 둔다. 그것을 바탕으로 제로 포인트를 중심으로 시간, 방위를 가리킬 때 쓰는 시간의 표현 그리고 시계라는 기계가 갖는 이미지 등을 생각하며, 특정 시간에 방위가 가리키는 그 시간에 매치된 장소를 제한적으로 관찰하며 묘사한 글들로 이루어진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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